7살 소년이 되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한다.
삶과 생명의 힘을 담은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품으로 잘 알려진
이상권 작가가 40년을 지나고서야 겨우 써 내는,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17살이었던 소년의 이야기.
당시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작가가 직접 경험한 경험담이자 증언이다.
40년이 넘은, 역사의 한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너무 생생한 작가의 기억과 감정이, 독자에게 그 특별했던 끔찍했던 실제 같지 않은 역사의 시간 복판으로 휩쓸리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 준다. 17살 소년이 겪은 이 커다란 역사적 사건이 그 사건 속에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어떠했을지 책장을 덮고 나서도 한참을 숨을 참게 한다.
역사란 무엇인지, 역사적 사건이란 우리 각 개인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경험하듯 생각하게 한다.
사실 그 이야기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1980년 5월 광주에서 살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몇 조각씩 안고 있을 보편적인 기억일 것입니다. 더구나 저는 한 번도 시민군 차를 타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겁 많은 아이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날만 생각하면 아찔해지면서 항문에다 힘을 꽉 주게 됩니다. 전생의 물똥까지 다 쏟아 내던 그날의 치욕이 언제나 희미해질까요?
⋯⋯이 글에 나오는 홍무채는 사실적이면서도 허구적인 인물입니다. 저는 여전히 그 형이 당신만의 세상에서 푸르게 살고 있을 거라고 상상합니다. 그 소년을 비롯하여 무채 형, 모두 다 편안하시기를.
_작가의 말에서
■ 상세 소개
민수, 무채, 시래 모두 풋풋한 청춘이었다
라디오를 친구 삼는 몽상가 민수, 얼굴이 하얀 기타 치는 무채 형, 민수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하는 시래 누나. 이들 셋은 모두 창창한 미래를 앞두고 있는 청춘이다.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더 큰 미래를 기대하며 도시 광주로 간다.
아직 봄의 기운이 채 사라지지 않은 5월 광주, 시내가 심상치 않다
도시에 계엄군이 진입하고 믿기지 않는 흉흉한 소문이 돈다. 동네에 큰일이 있으면 일을 돕던 같은 나라 군인들이 시민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는 목격담을 듣게 된다. 소식이 없는 무채를 걱정하여 찾아간 민수와 시래에게 무채는 ‘계엄군은 인간 사냥꾼’이라며 ‘재수 없으면 죽는’다고 시내 상황을 전한다.
계엄군이 물러간 광주는 축제이다, 해방의 공간이다
계엄군이 물러간 광주에는 체육대회에서 본 가장행렬과도 같은 축제 행렬이 이어진다. 총구멍이 뚫린 버스도 아직 완성되지 않은 군용트럭과 장갑차도 축제 행렬을 이루고 있다. 이 축제 행렬에 난리 통에는 절대 나돌아다니면 안된다고 손주들을 단속하는 할머니만 유일한 이방인이다. 할머니는 ‘니가 해방이 뭣인지 아냐?’며 동학군도 나라 전체를 바꾸지 못하고 동네 몇 군데 바꾼 것에 불과해 그렇게 되었노라고 한다.
민수의 심장을 겨누는 총구, 오로지 목표를 향해서 달려드는 본능밖에 없는 총알
계엄군은 군홧발로 개머리판으로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잔인함의 경계를 넘어서는 폭력을 즐긴다. 누런 마대에 겹겹이 덮여 있는 민수를 인간의 눈을 한 아버지 얼굴을 한 군인이 나타나 구해 준다.
17살 소년의 동경과 설렘 그리고 아득함을 읽어 내려가며 작가가 경험한 그 특별한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그 역사 속으로 함께 휩쓸려 들어간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그 역사는 그를 기억하는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깊은 울렁임을 일으킨다.
이러한 경험들이 역사가 되어 바로 지금 우리의 현재를 이루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 차례
프롤로그
1. 우상이 무너지던 날
2. 교실 안 녹색 광장
3. 소염진통제 안티푸라민
4. 계엄군 앞으로 지나가던 택시
5. 인간 사냥꾼
6. 귀신에게 홀린 호동이 작은아버지
7. 이 세상 최고의 가장행렬
8. 수건을 쓰고 싶다
9. 죽음에 대한 기억
10. 시민군과 담배 피우는 어머니
11. 아무 데도 갈 곳이 없는 도시
12. 극락강 검문소
13. 묻고 싶다
14. 나무 심는 아이
15. 삐꾸 씨에게 보내는 사연
16. 어린 축제는 끝나지 않았다
작가의 말
■ 책 속에서
80쪽
지금 시내에서는 재수 없으면 죽는 거야. 계엄군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어떻게 알아? 계엄군은 인간 사냥꾼들이야. 다 미쳤어. 이게 뭐야? 전쟁도 아니고, 같은 나라 군인들이 시민들을 저렇게 죽여도……. 아, 개새끼들!”
민수는 진이 빠질 정도로 토악질하고 나서야 무채가 내뱉는 말의 여백을 되새김질하였다. 전쟁도 아니고, 같은 나라 군인들이 시민들을 저렇게 죽여도, 뉴스에서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니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 사실을 알 수 없다. 아, 답답하다. 모르겠다. 그냥 꿈이었으면 좋겠다.
90쪽
“군인들이 그 아이들한테 총질한 것이 맞다면…… 아이고, 내가 그냥 차를 멈추지 말고 가 버렸어야 하는디, 내 잘못여! 아이고오, 내 잘못이여!”
호동이 작은아버지는 한동안 당신 무릎 틈에다 얼굴을 처박고 끄억끄억 울었다. 그 울음소리가 어찌나 무겁던지 자꾸만 민수 가슴으로 내려앉았다.
어른이 우는 것을 보면 더 슬프다. 왜 그럴까. 어른이란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울어서는 안 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작은아버지는 지금 스스로 어른이란 경계를 벗어난 상태일지도 모른다.
민수가 방으로 들어오자 호동이가 혼잣말에 가깝게 물었다. “진짜 군인들이 아이들을 쏘았을까?”
민수는 침을 꼴깍 삼켰다. 총에 맞으면 어떨까. 아플까. 그 도토리만 한 것들이 아직 살이 무른 아이들 몸으로 들어갔다면, 그대로 뚫고 지나갔을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다. 그냥 바람이 지나간 것처럼 아무런 상처도 없었으면 좋겠다. 민수는 그런 상상을 하려고 애를 썼다.
102쪽
“형, 저기 봐!”
고속버스가 오고 있다.
민수는 눈을 문질렀다. 이거야말로 꿈이야!
점점 가까워지는 고속버스에서 엄청난 메아리가 터져 나왔다. 차에 탄 사람들이 깨진 창문 밖으로 팔을 내밀고, 저마다 몽둥이로 차체를 두들기면서 노래를 부른다.
“계엄군은 물러가라, 좋다, 좋다! 계엄군은 물러가라, 좋다, 좋다!”
봐도 봐도 낯설고 희한한 광경이다. 민수는 다른 세상에서 온 아이처럼 두리번거렸다. 어,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고속버스가 시위대를 싣고 오다니! 고속버스가 저렇게도 변할 수 있단 말인가. 순한 새색시가 여전사로 변해 버리는 느낌이랄까.
206쪽
민수도 그 말을 믿고 싶다. 진짜 아무렇지도 않다고, 아버지 닮은 계엄군이 도와줬다는 말도 하고 싶다. 하지만 글자까지 보이지 않자, 그 어떤 표현도 할 수 없다. 너는 인간이 될 수 없다는 어떤 신호로 여겨졌다. 그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다. 왜 이렇게 되어 버렸을까. 왜 이렇게 가혹한 벌을 받아야만 할까. 무슨 잘못을 했을까. 아, 모르겠다!
■ 지은이
글 이상권
산과 강이 있는 전라남도 함평 마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본 수많은 풀과 꽃, 동물들의 삶과 생명의 힘을 문학에 담고 있다. 1994년 계간 <창작과비평>에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 작가가 되었고, 《애벌레가 애벌레를 먹어요》로 제24회 어린이도서상을 받았다. 일반문학과 아동·청소년 문학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쓰고 있다.
작품으로는 《시간여행 가이드, 하얀 고양이》, 《시간 전달자》, 《서울 사는 외계인들》, 《위험한 호랑이 책》 등이 있다. 소설 《고양이가 기른 다람쥐》, 《하늘로 날아간 집오리》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으며, 10여 권의 책이 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으로 소개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