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단의 어머니 박완서,
할머니의 <손>을 빌려 소통과 배려를 말하다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박완서의 그림동화 <손>이 현북스에서 출간되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 사실감 넘치는 문체로 사랑받고 있는 작가 박완서는 전쟁과 가난, 여성으로서의 질곡을 이겨내고 관용과 포용으로 넉넉해진 삶의 깊이를 수많은 작품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 책에서는 사랑 듬뿍 담긴 할머니의 손길로 어린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감동을 주고 있다.
사람은 손으로 많은 일을 합니다. 장난감을 잡기도 하고, 서로 손을 잡고 놀기도 합니다. 그래서 누구라도 손에는 그런 추억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처음 만난 한 할머니와 한 아이가 주고받은 이 짤막한 이야기를 읽으면 손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박완서 산문집 《호미》(열림원)에 실린 <운수 안 좋은 날>을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으로 만든 것이다. <운수 안 좋은 날>은 한 할머니가 지하철에서 겪은 불쾌한 경험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귀여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가 할머니 손에 낀 반지에 관심을 보이기에 한번 끼어 보게 해주려 했다가 아이 엄마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 충격으로 할머니는 자신이 내릴 역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멍하니 있게 된다. 할머니에겐 정말 운수 안 좋은 날이었다.
이와는 달리 그림동화책 <손>은 아이와 할머니가 나누는 아름다운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면서 아이와 할머니의 재미있고 즐거운 대화 속으로 들어 가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 손을 홱 잡아끌고 내리는 쌀쌀맞은 아이 엄마의 돌출 행동은 독자들을 황당한 상황에 처하게 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의 중요성을 생각하게 만든다.
마음이 통하면 아이와 할머니는 친구가 될 수 있다.
아이 엄마는 무엇 때문에 그런 행동을 했을까? 아이가 반지를 진짜 갖겠다고 떼를 쓸까봐 미리 단속을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끼었던 반지가 불결하다고 느꼈는지 알 수없다. 마음이 통하면 아이와 할머니도 친구가 될 수 있지만 편견과 선입견에 사로잡히면 진심 어린 호의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되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이 눈높이에 맞추어 다정하게 대답해 주는 친절하고 다정한 할머니, 당돌하면서도 꾸밈없는 천진난만한 아이,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아이 엄마. 이 세 사람이 보여주는 지하철 풍경 속에서 과연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입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손
아이들은 손을 놀려 세상을 배운다. 열심히 쓰기 숙제를 하고 나면 가운뎃손가락 첫 마디 부분이 움푹 들어간 경험이라든지, 서툰 칼질로 베인 상처, 누군가와 맞잡았던 손의 따스함, 새끼손가락 걸며 꼭꼭 약속했던 시절의 순수함을 손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직립 보행으로 자유를 얻은 인간의 손은 보다 많은 일을 하게 되었다. 그로 인해 손에는 갖가지 흔적과 추억이 남는다. 사람의 손은 의외로 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작가 소개>
글 박완서
1931년 경기도 개풍에서 태어났습니다. 1950년 서울대학교 국문학과에 입학했으나 전쟁으로 중퇴하였고, 1970년에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하였습니다. 6.25 전쟁과 민족 분단, 여성 문제 등을 섬세하고 현실감 있는 문체로 표현하여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2011년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습니다. 주요 작품으로는 <엄마의 말뚝>,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미망>,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등이 있습니다.
그림 조원희
홍익대학교에서 멀티미디어 디자인을 전공하고 HILLS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습니다. 자연과 동물,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감정들, 그 밖의 작고 소중한 것들에 대해 그림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얼음소년>, <혼자 가야 해>, <근육아저시와 뚱보 아줌마>, <이빨사냥꾼> 등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