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야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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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어린이_내가 겪은 이야기

삐삐야 미안해

글 이주영│그림 류충렬
어린이>국내창작동화│112쪽│172×217mm | 값 14,000원
ISBN 979–11–5741–400–0 74080
ISBN 978-89-97175-27-7(세트)
2024년 2월 1일 초판 1쇄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쳐요

어릴 때 기르던 아기노루, 파랑새, 매를 떠나보내는 이야기

‘내가 겪은 이야기’는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직접 보고 듣거나 몸으로 겪은 이야기입니다. 내용에 따라 살아난 이야기, 자라난 이야기, 거듭난 이야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떤 일을 겪으면서 마음과 생각이 좋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자라난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실수를 통해서도 속생각이 깊어지거나 넓어지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배웁니다. 이처럼 남이 겪은 이야기를 천천히 읽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온 작은 역사를 통해 내 마음과 생각이 조금씩 더 자라나게 됩니다.

글쓴이 이주영 선생은 오랫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였고, 어린이를 지키고 살리는 어린이 문화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겪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동화로 창작하였습니다. 새끼 궁노루 네 마리를 키우며 겪은 이야기 <삐삐야 미안해>뿐만 아니라, 파랑새와 새매를 키운 이야기 <태극무늬 파랑새>, <새매한테 지은 죄> 등 3편을 수록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귀중함을 깨우쳐주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산업화 이전에 자연 속에서 뛰놀았던 부모세대가 마음 속에 꼭꼭 간직한 소중한 어린 시절의 풍경도 엿보게 된다. 지나친 물질문명에 휩쓸려 메말라져가는 우울하고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다독여줄 것이다.

한국화 화가 류충렬의 정감 있는 섬세하고 세밀한 그림을 함께 담아 이야기가 지닌 감동을 북돋아 줍니다.

<상세 소개>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다시 생각해보는 생명의 소중함
– 아기 노루, 파랑새, 새매 이야기

이야기 속 어린 주영이는 아기 노루 네 마리와 새끼 파랑새 그리고 새매를 맡아 기르게 됩니다. 아기 노루들은 어미를 잃고 죽어 가는 걸 발견한 이웃이 데려오면서 처음 키우게 되었어요. 애지중지하며 정성껏 먹이고 보살폈지만 동물에 대한 지식 부족과 미숙함으로, 혹은 사고로 인해 결국 모두 잃고 가슴속에 묻어 주게 됩니다. 파랑새 새끼는 친구에게서 얻었고, 새매 새끼는 둥지에서 꺼내 와 기르게 되었는데요, 새들을 학교 친구들과 함께 길렀지만 서로 노느라 먹이를 챙기지 못한 사이 사고가 생겼습니다. 여름 방학 때 외가에 갔다 돌아오니 배가 고팠던 새매가 그만 파랑새를 잡아먹고 말았습니다. 혼자 울던 주영이는 뭔가 크게 깨달은 것이 있어서 새매를 놓아줍니다. 떠나기를 주저하던 새매는 훨훨 날아갔고 가끔 찾아와서 학교 운동장을 빙빙 돌며 날아다녔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중학생이 된 어느 날, 그 새매가 미군과 카투사 군인이 장난삼아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사람 손에 길러진 새매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고, 그래서 사람이 자기를 죽일 줄 몰랐던 게지요.

어린 주영이는 그 모든 것이 다 제 탓인 것만 같아 자책했고, 그 뒤로 오랫동안 동물 키우기를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생명을 맡아 기르는 것에 얼마나 많은 책임이 뒤따르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반려동물 천만 시대인 요즘, 생명의 귀중함을 배우는 일은 현대 어린이들에게도 무척 중요합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생명을 길러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알게 되면서 책임감의 중요성과 생명 존중의 가치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는 어린 시절 이야기

《삐삐야 미안해》에는 총 3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모두 이주영 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로 〈아기 노루 네 마리〉는 5학년 때, 〈태극 무늬 파랑새〉와 〈새매한테 지은 죄〉는 6학년 때 있었던 일이지요. 어린 동물들을 키우면서 겪은 아름답고도 가슴 아픈 이야기들입니다.

지은이는 아이들이 옛이야기를 좋아하듯이, 부모세대가 마음속에 꼭꼭 간직한 소중한 어린 시절에 겪은 이야기를 쓰고 아이들에게 들려주자고 합니다.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쓰면 다섯 가지 좋은 점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로 우리 겨레가 살아온 생생한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줄 수 있고, 둘째로 현대 어린이들이 다른 시대 어린이들의 삶을 접할 수 있으며, 셋째로 글을 쓰면서 어린 시절에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고 해요. 이주영 선생님도 어른이 되어 만난 친구들과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고, 이 이야기를 쓰면서 어린 시절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넷째로 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동심을 되살릴 수 있고, 다섯째로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살아가는 힘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평등하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소망하시던 이오덕 선생님 또한 요즘 어른들이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써야 한다고 권유하셨던 것입니다.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 정겨운 사투리와 옛말들
마치 옆에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듯한 입말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현대에는 영어를 써야 세련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우리말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한국어는 영어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수식하는 말이 풍성하게 발달한 언어이지요. 그런 아름다운 우리말을 어린이들이 알고 배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입니다.

《삐삐야 미안해》는 1960년대 강원도를 배경으로 합니다. 현대 어린이들과 달리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던 그 시절의 아이들은 저마다 손에 나뭇가지를 들고 산과 들과 강을 놀이터 삼아 뛰어다니며 자연 감수성을 길러 나갔어요.

이 책에도 자연에 대한 친숙함이 아름다운 우리말에 고스란히 담겨 있답니다. ‘조롱조롱 핀 초롱꽃’, ‘넓적넓적한 까만 돌’처럼 고운 우리말을 사용해, 마치 옆에서 조곤조곤 들려주는 듯한 입말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또한 ‘함석판, 소쿠리, 온돌, 구들, 방고래, 종지’와 같이 요즘 어린이들에게는 조금 낯선 말들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하며 필요할 경우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도와줍니다.

<책 속에서>

1. 아기 노루 네 마리

그렇게 궁리궁리하다가 새벽 무렵에 퍼뜩 좋은 생각이 났어. ‘삐삐, 삐아, 삐애, 삐로’야. 네 마리가 내는 소리가 같은 거 같아도 가만히 들어 보니 조금씩 달랐거든. 시작할 때 ‘삐-’는 같은데, 끝은 세기나 여리기나 높낮이가 조금씩 달라. 그 조금씩 다른 소리를 생각해서 ‘삐’ 자 돌림으로 지었어. ‘삐삐, 삐로’는 수컷이고, ‘삐애, 삐아’는 암컷이야. 수컷은 남자 이름처럼, 암컷은 여자 이름처럼 생각해서 지었어. _본문 18~19쪽

2. 태극 무늬 파랑새

무엇을 먹이면 되는지 알아보았어. 곤충이나 벌레를 먹을 거라고 해. 파리, 지렁이, 잠자리 같은 걸 잡아다 줬어. 그런데 안 먹고 가만히 있어. ‘어떻게 하지? ’ 고민하다가 문득 ‘새니까 병아리가 먹는 것도 먹지 않을까? ’ 하는 생각이 들었어. 병아리도 새 종류니까.

집에서 보리쌀, 콩, 옥수수를 갖다가 잘게 부숴서 접시에 놓아 주니까 조금씩 쪼아 먹었어. 종지에다 물을 담고, 학교에서 아이들한테 점심 배급으로 주는 옥수숫가루하고 가루우유도 조금 줘 보았어. 본문 70-71쪽

숲속에 난리가 났어. 새매 두 마리가 “깨액-깩-깩-.”거리면서 소나무 위 하늘에서 날다가 틈만 나면 나하고 창근이 쪽으로 내리 덮쳐. 그때마다 경수가 “야! 얏, 얍!” 하면서 장대를 휘두르고. 매는 장대 끝 노가지 바늘잎에 맞을 것 같으면 재빨리 방향을 바꿔서 날아올라 가고. 솔가지를 발톱으로 후려치듯 스치면서 덤볐다가 날아오르고……. 그건 전쟁이야. 새끼를 빼앗아 가려는 아이들과 새끼를 지키려는 새매 부부가 벌이는. _본문 88쪽

3. 새매한테 지은 죄

긴 아카시아 나무를 톱으로 잘라 와. 낫으로 잔가지와 가시를 쳐내서 장대를 만들어. 장대 끝에 대못 세 개를 거꾸로 박고, 장대 끝을 철사로 꼭꼭 동여매. 못이 빠지거나 흔들리지 않게 묶어야 해. 어떻게 못을 거꾸로 박느냐고? 간단해. 먼저 대못 가운데를 집게로 꼭 잡고 못대가리를 장도리로 때려서 떼어 내. 장도리는 노루발장도리라고도 해. 한쪽은 뭉뚝하여 못을 박는 망치로 쓰고, 다른 한쪽은 노루발처럼 둘로 갈라져 있어 못을 빼는 데 쓰는 연장이야. 못을 박거나 빼는 두 가지 일을 하기 좋은 도구야. _본문 93쪽, 98~99쪽

여름 방학이라 아침에 삼거리 냇가에 나가면 온종일 노는 거지. 파랑새는 어깨나 머리에 올려놓고, 새매는 나무막대에 얹어 양쪽에서 들고 가 냇가 나뭇가지 사이에 걸쳐 두고 놀아.

놀다가 잠자리나 매미를 잡아 파랑새 새참 주고, 개구리 잡아서 새매 점심 주고. 그 무렵에 새매가 뭐든지 잘 먹어서 개구리 뒷다리는 우리가 구워 먹고, 개구리 몸통만 새매를 주면 자기가 발톱으로 움켜쥐고 잘 찢어서 먹어. _본문 100쪽

한참 만에야 새매가 내 눈치를 살피듯이 푸드덕푸드덕 힘없이 날아 내려왔어. 기분 좋으면 부리를 내 옷깃이나 손등에 문질렀는데, 그런 행동도 안 해. 풀이 죽어서 가만히 있어. 발목에 묶었던 끈을 풀고, 창고 밖으로 안고 나왔어. 두 손으로 높이 들어 하늘로 힘껏 던졌어.

“잘 가, 새매야. 정말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새매는 학교 지붕에 앉아 한참 나를 내려다보더니 이윽고 마음을 굳힌 듯 하늘 높이 날아올라 갔어. 도릉계 위 하늘을 빙빙 돌았어. 도릉계는 공기리 중심 마을로 공기초등학교가 있는 우리 마을 이름이야. 그러다 마을 뒷산인 높은배기를 넘어 삼방산 쪽으로 날아갔어. 까만 점이 되어. _본문 107쪽

작가 소개

글 이주영

문학박사. 33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어린이들과 살았으며, 퇴임 후 어린이문화연대 상임대표로 어린이 놀이, 노래, 문학, 연극, 영화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 어린이날 100주년 및 2023년 어린이해방선언 100주년 기념사업회 대표, 세계방정환학술대회 상임조직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는 어린이책으로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생일은 언제일까요?》 《죽을 뻔한 이야기》 《바람아, 너 이름이 뭐니?》 《구름아, 나랑 놀자》 등이 있고, 청소년책으로 《김구 말꽃모음》 《신채호 말꽃모음》 《독립선언 말꽃모음》 《한용운 말꽃모음》 《안창호 말꽃모음》 등을 엮었으며, 일반 도서로 《어린이 문화운동사》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어린이책 200선》 《책으로 행복한 교실 이야기》 《어린이 해방, 그날로 가는 첫걸음》 《방정환과 어린이 해방 선언 이야기》와 같은 책을 썼습니다.

그림 류충렬

한국화 화가. 민족미술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그린 책으로 《이지누의 집 이야기》 《제암리를 아십니까》 《기찻길 옆동네》 《종이학》 《해일》 《고태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마지막 말테우리》 《바람아 너는 알고 있니?》 《소금꽃이 피어요》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