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과 인내를 배우는 삶
밭을 가꾸는 일은 씨를 뿌리고 열매가 익을 때까지
매일 정성껏 돌보고 가꾸어야 하는 일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밭을 가꾸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땅을 잘 가꾸어야 좋은 밭이 되듯 좋은 마음을 가꾼 사람이 좋은 사람이 됩니다.
좋은 밭이 가뭄이나 해충을 견디고 채소와 작물을 잘 길러내듯이,
좋은 사람은 어려움과 괴로움을 견뎌내고 훌륭한 일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이나 밭이나 매일 정성껏 돌보고 가꿔야 하는, 그래서 기다림과
인내를 배워야 하는 일상입니다. 이 책이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바다 가까이 있는 성 베네딕도 수녀회 이해인 수녀가 바다 전망의 방을 마다하고 밭이 바라다보이는 작업실에서 지내며 얻게 된 깨달음을 풀어낸 다섯 번째 수필그림책입니다.
소박한 아름다움이 주는 작지만 큰 기쁨
이해인 수녀님 작업실 앞에 있는 밭은 먹을거리도 얻지만 꽃도 얻는 밭입니다. 거기에 더해서 마음의 위안거리를 얻는 밭입니다.
호박잎 하나 받침으로 깔고 담은 쑥갓꽃, 감자꽃은 몸이 아프신 수녀님의 마음에 기쁨을 줍니다. 소박한 들꽃과 호박잎 받침을 두른 이 화병을 받은 수녀님은 “오늘은 내 생일이나 마찬가지예요.”라며 환하게 기뻐합니다.
오랫동안 병석에 계신 다른 수녀님은 감자꽃을 선물 받고 “어쩜 이리 곱지요? 이 도톰한 꽃술 모양 좀 봐.”하며 불편한 몸을 일으킵니다.
정원에 핀 장미, 수국, 달리아, 글라디올러스와 같은 화려한 꽃들도 좋지만 노란 쑥갓꽃과 흰빛, 보랏빛의 감자꽃, 채소들이 피운 꽃들은 그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수녀님들에게 기쁨을 안겨 드립니다.
밭 가까이 살며 매일매일 얻고 있는 기쁨과 위안
바다가 가까운 수녀원에는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방들이 있습니다. 수녀님도 한때는 바다가 보이는 방에 사는 수녀님들을 부러워해서 바다가 보이는 복도를 일부러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방에 살았다면 얻을 수 없었을 소박한 기쁨을 매일매일 아침저녁으로 얻고 있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는 바다는 그저 가끔 수녀원의 옥상에 올라가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멀리 있는 바다도 아름답지만 가까이 있는 밭이 주는 위안과 기쁨을 이기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비 온 뒤, 빗물에 젖은 흙에서 올라오는 편안하고 따스한 흙냄새나, 새롭게 돋아난 새싹들이 주는 부드러운 위안은 바다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밭이 바라다보이는 방에 살지 않았다면 깨닫지 못했을 마음이지요.
하루를 채우는 밭, 밭을 가꾸듯 마음도 가꾸어야
아침에 눈을 뜨면 창을 활짝 열고 밭을 내다 보고, 성당으로 향하기 전 인사를 건넵니다. 밭의 꽃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나뿐만이 아닙니다. 나비 떼도 날아들고 새들이나 꿩이 모이를 찾으러 날아오기도 하는 밭. 우리도 이 밭에서 먹을거리를 얻습니다.
우울한 일이 생기면 밭에 나가 흙냄새를 맡으라고 일러 주신 법정 스님의 말씀도 기억하면서 마음이 안 좋을 때는 일부러 밭에 나가 생명의 향기 가득한 흙의 향기를 맡곤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매일의 여정도 하나의 밭을 가꾸는 일과 같다고 여겨집니다.
= 작가 소개 =
글 이해인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회 수녀이자 시인입니다. ‘넓고 어진 바다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담은 이름처럼 바닷가 수녀원의 ‘해인글방’에서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시집으로 《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작은 위로》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고운 새는 어디에 숨었을까》 《기다리는 행복》 등이 있습니다.
수필그림책 《감사하면 할수록》 《수녀 새》 《우리 동네》 《느티나무가 속삭인 말》, 기도시 그림책 《어린이와 함께 드리는 마음의 기도》, 동화 그림책 《누구라도 문구점》이 있습니다.
그림 임희정
일러스트레이터 ‘히보’로 활동하며 그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창작공동체 A’에서 그림책을 공부하며 준비 중입니다. 그린 책으로 《무덤가의 비밀》이 있습니다.






